맑은 차 한 사발 맑은 차 한 사발 엷은 노을 남은 볕이 절집을 비추이니 반쯤은 붉은 빛에 반쯤은 누런 빛. 맑은 차 한 사발이 다만 내 분수거니 누린내 나는 세상 온 종일 바쁘구나. 澹靄殘陽照上方 半含紅色半含黃 淸茶一椀唯吾分 羶臭人間盡日忙 아암(兒菴) 혜장(惠藏, 1772-1811)의 「산거잡흥(山.. 글/시 2011.12.23
진도동석산 아기자기 한 바위 동석산. 그 곳에 나와 우리를 내려놓고 싸늘한 도시로 우리는 귀향한다. 쉴 곳 찾아 떠난 나그네들 의지처 만난 듯 큰 위안 얻고 돌아서니 바다가 한 번 더 품어주네. 이태순 글/시 2011.07.02
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글/시 2011.01.26
눈 내리는 보성의 밤 눈 내리는 보성의 밤 / 이찬 시월 중순이언만 함박눈이 퍽퍽 보성의 밤은 한 치 두 치 전설 속에 깊어간다 깊어가는 밤거리엔 누구얏 소리 잦아가고 압록강 굽이치는 물결 귓가에 옮긴 듯 우렁차다 강안(江岸)엔 착잡(鑿雜)하는 경비등 경비등 그 속에 반짝이는 삼삼(森森)한 총검 포대는 산벼랑에 숨죽.. 글/시 2011.01.11
깃발을 내리자 임화 저 노름꾼과 강도를 잡든 손이 위대한 혁명가의 소매를 쥐려는 욕된 하늘에 무슨 깃발이 날리고 있느냐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가난한 동포의 주머니를 노리는 외국 상관(商館)의 늙은 종들이 광목(廣木)과 통조림의 밀매를 의논하는 폐(廢) 왕궁의 상표를 위하여 우리의 머리 위에 국기를.. 글/시 201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