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보성의 밤 / 이찬
시월 중순이언만 함박눈이 퍽퍽
보성의 밤은 한 치 두 치 전설 속에 깊어간다
깊어가는 밤거리엔 누구얏 소리 잦아가고
압록강 굽이치는 물결 귓가에 옮긴 듯 우렁차다
강안(江岸)엔 착잡(鑿雜)하는 경비등 경비등
그 속에 반짝이는 삼삼(森森)한 총검
포대는 산벼랑에 숨죽은 듯 엎드리고
그 기슭에 나룻배 몇 척 언제나의 도강을 정비코 있다
오 북만의 15도구 말없는 산천이여
어서 크낙한 네 비밀의 문을 열어라
여기 오다가다 깃들인 설움 많은 한 사나이
들어 목메던 그 빛 그 소리로 한껏 즐거워 보려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