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깃발을 내리자

酒樂人 2011. 1. 11. 13:00

 

임화  저

 

 

 

노름꾼과 강도를

잡든 손이

위대한 혁명가의

소매를 쥐려는

욕된 하늘에

무슨 깃발이

날리고 있느냐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가난한 동포의

주머니를 노리는

외국 상관(商館)의

늙은 종들이

광목(廣木)과 통조림의

밀매를 의논하는

폐(廢) 왕궁의

상표를 위하여

우리의 머리 위에

국기를 날릴

필요가 없다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살인의 자유와

약탈의 신성이

주야로 방송되는

남부조선

더러운 하늘에

무슨 깃발이

날리고 있느냐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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