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네가 끌었드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국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넘어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분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짬도 모르고 끝도없이 내닫는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므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간다
아마도 봄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