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꽃(김춘수)

酒樂人 2010. 12. 10. 12:46

 

 

 

 

 

 

                                      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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