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의 '초사(楚辭)' 사미인(思美人)에 나오는 한 구절.
"벽라 넝쿨 걷어내려 해도 발꿈치 들어 나무 오르기 귀찮고,
연꽃으로 중매를 삼고 싶지만 치마 걷어 발 적시고 싶지는 않네
(令薛 以爲理兮, 憚擧趾而緣木. 因芙蓉而爲媒兮, 憚蹇裳而濡足).
" 지저분한 벽라 넝쿨을 말끔히 걷어내고 싶지만, 나무를 타고 오를 일이 엄두가 안 난다.
연꽃을 바쳐 사랑하는 여인의 환심을 사고 싶은데, 옷을 걷고 발을 적셔가며 물에 들어가기는 싫다.
'후한서(後漢書)' 최인전(崔 傳)에도 이런 말이 있다.
"일이 생기면 치마를 걷어 발을 적시고, 관이 걸려 있어도 돌아보지 않는다.
사람이 빠졌는데도 건지지 않는다면 어짊이 아니다
(與其有事, 則蹇裳濡足, 冠掛不顧. 人溺不拯, 則非仁也)."
두 글 모두 건상유족(蹇裳濡足),
즉 치마를 걷고 발을 적신다는 표현이 나온다.
무엇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최소한의 대가가 건상유족이다.
물가에서 꽃 꺾을 궁리만 하고 있으면 미인의 마음은 얻지 못한다.
물에 빠져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구할 수도 없다. 얻으려면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손가락 까딱 않고 저 좋은 것만 누리는 이치는 세상에 없다.
이 말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첨벙 뛰어든다는 뜻으로도 쓴다.
순중랑(荀中郞)이란 사람이 북고산(北固山)에 올라 바다를 본 느낌을 이렇게 적었다.
"삼신산은 안 보여도, 내게 구름 위로 솟고픈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구나.
진한(秦漢)의 임금 같았다면 분명 옷을 걷고 발을 적셔 보았으리라."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온다.
자기는 산 위에서 구경만 하지만, 진시황이나 한무제 같은 임금은 직접 바다에 뛰어들었으리라는 이야기다.
허균도 벗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로자가 저를 곤경에 빠뜨려 몰아내는지라 하는 수 없이 관동으로 가서 감호대(鑑湖臺)에 올라 바라보니,
만경창파가 삼신산까지 닿아있어 옷을 걷고 발을 적시고픈 생각이 났지요.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형께서만 아시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십시오.
" 엎어진 김에 쉬어가겠다는 얘기다.
남이 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물에 뛰어들어 옷 적시기를 마다 않고,
내 시련의 날에도 남을 원망 않고 오히려 그 안에 풍덩 뛰어드는 배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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