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동글

감취비농

酒樂人 2012. 8. 8. 12:55

 

한양대교수  고전문학  정민의

 

송대 마단림(馬端臨)이 말했다.

"우리의 도는 괴로운 뒤에 즐겁고, 중생은 즐거운 후에 괴롭다."(吾道苦而後樂, 衆生樂而後苦)

묵자(墨子)가 말했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고자 하는 바를 얻는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하기 싫은 것을 면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爲其所難者, 必得其所欲. 未聞爲其所欲, 而能免其所惡者也)

간결한 말 속에 통찰이 빛난다.

 고통 끝에 얻은 기쁨이라야 오래간다.

좋은 것만 하려 들면 나쁜 것이 찾아온다.

괴롭고 나서 즐거운 것은 운동이 그렇고, 학문이 그렇다.

처음엔 몸이 따라주지 않고, 공부가 버겁다.

피나는 노력이 쌓여야 안 되는 게 없고 모를 게 없어진다.

안 되어 답답했는데 저절로 되니 신기하다.

몰라 막막했지만 석연하게 깨달아 시원스럽다.

이것이 처음엔 괴롭다가 나중에 즐거워지는 일이다.

즐겁고 나서 괴로운 것은 주색잡기와 도박이다. 미희를 옆에 끼고, 비싼 술에 맛난 음식을 골라 먹으니 눈에 뵈는 게 없다.

노름꾼이 화투장을 쫄 때 느끼는 쾌감은 마약을 능가한다.

공부하는 사람이 불쌍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가련하다.

그러다가 술병이 나서 황달이 오고, 기름진 음식 때문에 당뇨와 혈압으로 쓰러진다.

꼼짝 않고 편히 지내다가 아예 휠체어 신세가 되어 영영 꼼짝 못하게 된다.

화려했던 한 시절이 일장춘몽이다. 그 많던 재산을 노름으로 다 잃어 패가망신한다.

일확천금의 꿈이 허망하다.

이것은 처음에 즐겁다가 뒤에 괴롭게 되는 일이다.

한나라 때 매승(枚乘)이 '칠발(七發)'에서 말했다. "

달고 무르고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감취비농·甘脆肥濃)은 이름하여 창자를 썩게 만드는 약이라 한다.

잘 꾸민 방과 좋은 집은 질병을 부르는 중매라 이름한다.

나고 들 때 타는 가마와 수레는 걷지 못하게 만드는 기계라 하고,

흰 이와 고운 눈썹의 여인은 목숨을 찍는 도끼라 부른다.

"(甘脆肥濃, 命曰腐腸之藥. 洞房淸宮, 命曰寒熱之媒. 出輿入乘, 命曰招蹶之機. 皓齒蛾眉, 命曰伐性之斧)

창자를 썩게 하고, 질병을 불러오며, 앉은뱅이로 만들고, 목숨을 찍는 것들을 얻자고 사람들은 사생결단한다.

고통 끝에 얻는 즐거움을 버리고, 즐거움 끝에 얻는 파멸을 향해 너나없이 돌진한다.

누구나 다 갖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사실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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