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워 꽃피는 춘삼월에 눈 구경 할 거라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그것 마져 용이 하지 않게 되었다.
눈 대신 비라 의미부여에 따라 오늘 기분이 달라지겠지?비켜나는 겨울 밀어내기 한 판으로 봄비가 예쁘게도 온다.
저 멀리 신호등 출발선에 알록달록 버스들이 푸른색만 들어와라 경쟁 하듯이 부르릉 거리고 있다. ㅋㅋㅋ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착한 우리는 간다.
비에 젖은 도시를 멀리 하고 비에 녹아 있을 산을 깨우러 전남으로 향한다.
기사분이 임시로 배정 되었다. 인상이 별로다. 어젯밤에 부부싸움 했나? 멀리 간다고 언짢나?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 하면 좋으련만 날씨만큼이나 찌푸려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네 이웃은 즐겁다.
남자들의 수다에 귀 쫑긋 거리다 잠이 든다.
큰 산들이 무섭게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12;17)
그 속에 우리가 하나 되어 오늘을 보낼 것이다.
자연의 치유력에 우리를 맡기면 아낌없이 보담아 어루만져 줄 것을 믿기에 비가와도 안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오고가는 등산객이 별로 없어 조용한 오솔길 같은 산이다.
쭉쭉 뻗은 솔숲이 하늘을 가려 비로부터 무방비 상태인 우리를 덮는다.
다리품 쉬어 가듯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목축이고, 氣 북돋아 주는 것은
우리 막걸 리가 최고여!
숙승봉 도착(13;21)461m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만만디라고 얕잡아 보지도 않았는데 먼 심술이래?
궂은 날씨에도 할 건 다하고 만다. 사진도 찍고, 물마시고, 아! 배도 고프다.
업진봉 아래에 점심보따리를 풀어 헤친다.
배는 고픈데 밥맛이 없다.
먹는 즐거움을 앗아 가버린 비여!
머 좋다고 대구서부터 따라 와 갖고 애 먹이는가 몰러.....
자연이 만들어준 봉우리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름들
태고적 부터 우리에 이르렀고, 또 다음이 기억하게 될 수많은 봉우리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메아리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우리 동지들이 뭉쳤다.
마지막 큰 봉우리 상황봉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대야리로 내려선다.
울 남편이 두 눈에다 힘주어 단디 보고 올 것이기에
나는 미련 없이 하산 길로 접어든다.
동네 야산 같은 아늑한 느낌의 산이 내림 길 같지 않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마지막 너럭바위에서 내려 본 풍경은 바다가 산을 품은 형태로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종착점에 안착(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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