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이 단행됐다는 소식을 이튿날 외부 세계에 처음 알린 곳은 '데일리NK'라는 대북 인터넷 매체였다.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 단둥(丹東)의 특파원이 북한 4개 지역의 '내부 소식통'들과 휴대전화로 통화해 알아낸 정보였다. 통일부는 보도된 다음날 오전까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고 했지만 중국 신화통신이 이날 오후 평양발로 화폐개혁 소식을 전했다.
▶북한에는 휴대전화 100만대가 보급됐지만 정보 통제가 심해 도청당하기 쉽고 국제통화는 할 수 없다. 대북 매체들은 중국을 드나드는 북의 무역중개인들에게 중국 휴대전화를 주고 이들을 '소식통'으로 활용한다. 중국 휴대전화는 북한 국경 너머 50㎞ 안에서는 국내전화처럼 쓸 수 있다. 서울에서 중국으로 국제전화를 걸면 북한 소식통과 바로 통화할 수 있다. 보안을 위해 평소에는 휴대전화를 끄고 약속한 시간에만 켠다.
▶소식통들이 주로 중국 휴대전화가 되는 함경북도 국경지대에 몰려 있다 보니 북한 심장부 평양의 소식에는 취약하다. 대북 매체 관계자는 "평양은 아직 성(城)과 같다"고 했다. 정보가 제한돼 대북 매체들은 오보(誤報)를 할 때도 많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휴대전화 기술이 총체적인 뉴스 암흑지대 북한을 꿰뚫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V조선이 김정일이 사망한 19일 북한 분위기를 북한 주민의 생생한 육성(肉聲)으로 전했다. 서울에서 중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 중국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북한 주민을 연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기가 끊겨 TV가 나오지 않아서 오후 2시에야 입소문으로 사망 소식을 알았다" "28일 장례식 한다" "분위기가 조용하다. 사람들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북이 김정일 사망을 공식 발표하기 19분 전인 오전 11시 41분 "북이 김정일 사망 보도를 내보낼 것 같다"고 전했다. "예고방송을 하는 아나운서 말투가 1994년 김일성 사망 때와 비슷하다"는 탈북자들의 증언, "12시 특별방송을 단체로 청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현지 소식통들의 얘기를 듣고서였다. 막대한 예산을 쓰는 국가기관들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민간의 휴대전화 취재망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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