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 옹정제(雍正帝) 때 과거시험에 "유민소지(維民所止)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백성이 머무는 곳',
그러니까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쓰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화를 불렀다.
'유(維)'는 옹정제 이름 옹(雍)에서 머리를 뺀 것이고
'지(止)'도 정(正)에서 맨 위 한 획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황제를 우롱한 죄로 출제자는 붙잡혀 옥사하고 자식들까지 처형됐다.
▶중국에서는 황제 이름에 들어 있는 글자나 황제가 싫어하는 글자를 문장에 써 지식인이 화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이를 문자옥(文字獄)이라고 한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황제가 되기 전 거지와 도둑질을 전전하다 절에 몸담았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누군가 새 황제 주원장에게 아부하느라
'천생성인 위세작칙(天生聖人 爲世作則)'이라는 문장을 만들어 바쳤다.
"하늘이 성인을 낳으시어 세상을 위해 법칙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좋은 문장이 화를 불렀다.
▶주원장은 글에 나오는 '생(生)'이 은연중 승(僧)을 떠올리게 해 자신이 절에 있었던 것을 비웃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작칙(作則)'의 칙(則)은 도둑을 가리키는 '적(賊)'과 발음이 비슷하니 자신이 세상을 도둑질했다는 뜻이라고 보았다.
또 다른 문인은 '천하유도(天下有道·천하에 도가 있다)'라는 문장을 썼다가 죽임을 당했다.
'도(道)'가 도둑을 뜻하는 '도(盜)'를 암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이저우와 쓰촨의 지방법원이 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린 문인 두 사람에게 징역 10년과 9년을 선고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국가 전복 활동을 벌인 것도 아니고 단지 온라인에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중형을 내린 것은 인터넷 문자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산당 일당 지배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선 '블로거 2억명 시대'에 인터넷 문자를 통해 오가는 여론이 늘 신경 쓰일 것이다.
중국 정부가 끊임없이 인터넷을 통제·검열하려고 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고 '가카새끼 짬뽕' 같은 조롱이 횡행하는 우리 인터넷 사정을 자랑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더욱 풍성하고 가치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품위와 절제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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