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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이 무슨 죄

酒樂人 2011. 11. 15. 11:49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던 지난 7월 경기도의 한 신문이 '꿈은 이루어졌다'는 시사만화를 실었다.

두 부분으로 나뉜 만화는 왼쪽에 유치위원회와 국민이 기뻐하는 모습을,

오른쪽엔 '토건족(土建族)'과 투기세력이 환호하는 얼굴을 그려놓았다.

'토건족' 머리 위로는 돈다발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대규모 공공사업이 자칫 건설업자만 배 불릴 수 있다고 비꼰 만화였다.

▶'토건족'은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1950년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같은 젊은 정치인들은 건설부 관리가 원하는 입법에 앞장서주고,

대신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지역구에 터널·댐·공항을 짓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때부터 토건족은 '건설업자-의원-관료'를 연결하는 삼각 커넥션을 뜻했다. 토목과 건축을 합친 통용 단어

'토건'과는 사뭇 달랐다.

▶요즘 한국에선 '토건'은 물론 '토목(土木)'이라는 단어까지 불필요한 국가사업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토건 망국(亡國)' '삽질 경제' '토목공화국'….

 

주로 좌파 진영 사람들이 정부와 서울시의 여러 토목사업을 비판하면서 쏟아내는 말들이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토목사업 축소로 복지 증진"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굳어진 표현처럼 쓰이긴 하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말은 광부들을 화나게 한다.

 

'식물 국회'라는 말도 식물학자들 귀엔 얼토당토않게 들린다.

 

막장은 불륜과 패륜이 판치는 곳이 아니라 땀 흘리며 광맥을 캐내는 현장이다.

 

나무 한 그루, 잎사귀 한 잎도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한 광합성 활동을 하는지 요즘은 초등학생도 다 안다.

 

'백화점식 경영' '문어발식 확장''정치공학(工學)' 같은 표현에도 사실은 죄 없는 단어가 불려와 치도곤을 맞는다.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가 엊그제 언론사와 시민단체, 정당에 협조문을 보냈다.

 

"그동안 국가건설에 애써 온 토목인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 '토목'이라는 용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비하하지 말라.

 

"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다. 좌파 진영도 토건이나 토목 자체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말 만드는 솜씨에 너무 도취하다 보면 엉뚱한 사람이 돌팔매 맞는 것을 잊어버린다.

 

우리나라엔 '○○토건'이라는 건설회사만 5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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