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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많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酒樂人 2010. 12. 13. 10:25


[기고] 변호사 많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2012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이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결정되었다. 로스쿨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볼 때 2012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약 1500명이다. 그런데 2012년에는 기왕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신규 변호사 수가 1000명이 더 있다.
   따라서 2012년 한 해 배출되는 수는 1500명이 아니라 2500명이다. 그동안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 1000명에 비하여 2.5배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연간 평균 인구증가율은 0.44%이며 경제성장률은 3.5%이다. 변호사의 일거리를 제공하는 인구 및 경제여건은 연 4% 증가도 안 되는데 신규 변호사 숫자만 갑자기 250% 늘리면 어찌 될까. 1년에 1000명의 규모에도 신규 변호사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한 해 2500명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최소한 100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취업을 못할 것이다. 2012년부터는 외국 변호사들도 대거 한국시장에 몰려올 전망이다.
   물론 지금 취업은 변호사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년실업이 국가적 문제가 돼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변호사가 늘면 수임료가 낮아져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변호사가 매년 수만명씩 배출되는 미국에서 과연 변호사 수임료가 떨어졌는가? 아니다. 미국의 변호사 수임료는 계속 올라서 많은 사람이 변호사와 전화 상담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실정이다. 변호사 같은 전문직 서비스의 경우에는 공산품과 달라서 공급자가 는다고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변호사의 수임 사건 수가 줄어들면 건당 수임료는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생존에 필요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변호사들이 일거리를 찾아 헤매게 되면 필요 없는 송사와 분쟁이 계속 늘어난다. 이는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위험하다'는 말까지 있다.
   미국은 인구 260명당 변호사 수가 1명인데 우리나라나 일본은 인구 4000여명당 1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엔 법무사·세무사·노무사·관세사·변리사 등과 같은 변호사 인접 전문직이 없으나 한국에는 그 숫자가 변호사 전체의 3~4배에 달한다. 미국에는 판검사뿐만 아니라 법원·검찰의 일반 직원들, 행정부의 공무원 및 기업체 직원들의 상당수가 변호사 자격자이다. 한국에도 근래 변호사들이 기업과 행정부·입법부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기는 하나 아직 전체 변호사의 10% 이하이다.
   경제성장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의 인구증가율은 국력신장에 도움이 되지만 경제성장률을 무시한 과도한 인구증가는 사회와 국가에 불안과 빈곤을 가져오는 주요 원인이다. 변호사 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적정한 수의 증가는 국민의 법률서비스 개선과 국가의 법치주의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갑자기 전년 대비 2.5배 늘리는 식의 급격한 변호사 증가는 백해무익하다. 우리와 법률 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선 최근 신규변호사 숫자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 ▣   20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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