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고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남긴 뒷이야기는 감동적이다.
특히 박 회장 본인 명의로 된 집과 포스코 주식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후 자기 명의의 재산을 모두 정리했고, 대부분을 기부했다.
평생을 살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집도 팔았다.
집 판 돈 10억원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고, 여생을 딸 집에서 보냈다.
생활비와 병원비는 자식들이 뒷바라지했다. 아무리 포스코가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됐다고 하지만,
박 회장이 이 정도로 청빈(淸貧)한 삶을 살았을 줄은 몰랐다.

박태준 회장은 생전에 한 강연에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천하가 공(公)'이라는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너라도 '기업은 나의 것이기 이전에 공공의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포스코(포항제철)를 설립하면서 "5000년 동안 쌓인 우리 민족의 체념과 패배의식에 일대분발의 기름을 붓는 국민정신의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조상의 피 값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지은 제철소가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右向右) 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자"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짧은 인생을 영원(永遠) 조국에"였다.
1973년 포항제철이 첫 쇳물을 뽑아낼 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식민통치를 받은 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폐허나 다름없었다.
1970년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54달러로 세계 119위에 불과했다.
지금의 방글라데시나 아프가니스탄·시에라리온과 비슷한 생활수준이었다.
1960년대에는 보리가 나오기 전까지 식량이 떨어져 굶어야 하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당시 보릿고개를 상상도 못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제대로 잘살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로,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고, 세계 30위권의 잘사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철강 같은 산업의 쌀에서부터 조선·자동차·휴대폰·IT 기기·석유화학제품 등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제조업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한국 5000년 역사상 지금처럼 잘살고 산업이 강성했던 시절은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세계 최빈국(最貧國)을 완전히 바꿔놓은 주인공인가?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라고 외치며,
우리나라의 개발연대를 이끌어 온 창업세대 기업인들의 공(功)이 누구보다 크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같은 사람들이 한국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주역 중 하나이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창업세대의 '한번 해 보자'는 기업가 정신과 만나 큰 상승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들은 황무지에 세계 최고의 공장을 만들었고, 고속도로를 깔고, 보릿고개를 몰아냈다.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제조업 왕국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들이 한 점 오점 없이 깨끗하다는 것은 아니다.
정경유착이나 특혜, 환경오염, 열악한 노동환경 같은 폐해는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창업세대 기업인들의 공(功)과 과(過)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세계에 유례없는 한국의 경제발전이라는 기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1세대 기업인들이 우리 역사교과서에서 제대로 대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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