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예일대의 엘리트 비밀서클 '해골단'에 곧잘 비유된다. 오거스타 클럽은 1931년 창설 이래 회원을 늘 300명 안팎으로 유지해 왔다. 회원 중 누군가 죽거나 탈퇴할 때만 새 회원을 영입했다. 1990년 이전엔 흑인은 받지 않았고 지금도 여성은 안 받는다.
▶2002년 일간지 USA투데이가 명단을 입수해 보도하기 전까지는 어떤 인물들이 회원인지도 베일에 가려 있었다. 워런 버핏, 잭 웰치 같은 월가와 재계 거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아널드 파머 같은 유명인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같은 부동산 재벌이나 닷컴으로 억만장자가 된 신흥부자들은 명단에 없었다. USA투데이는 오거스타 클럽의 성격을 '미국 각계에서 일가를 이룬 평균 연령 72세 백인 모임'으로 분석했다.
▶이런 명문 클럽도 회원 가입비는 2만5000~5만달러밖에 안 된다. 여기에 한 해 운영비로 1만달러쯤만 내면 된다. 거기 비하면 우리 골프장 회원권 값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골프붐이 절정이었던 2008년 괜찮다 싶은 회원권은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구매력지수로 환산한 그린피(골프 비용)도 독일·프랑스의 4배, 영국의 2.5배, 미국·일본의 1.5배다. 그러면서도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우리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3년 사이 반토막에서 3분의 1로 내려앉았다. 21억짜리가 11억, 19억짜리가 7억에 거래된다고 한다. 경기 침체로 내장객이 줄고 가격 거품이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들이 뒤늦게 그린피 할인, 식사 제공, 연습장 무료이용 같은 서비스를 내걸었지만 열 곳 중 한 곳은 적자에 시달린다. 뭐든지 지나치게 뜨겁게 달아오르면 급속히 식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