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마지막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님'에서 검사는 가난한 초등학생 시절 여선생님이 베푼 따스한 보살핌을 잊지 못한다. 그 선생님이 살인죄로 기소되자 검사는 "그럴 리 없다"며 결국 누명을 벗겨준다. 여선생님에게서 모성(母性)을 느꼈던 시절, 누구나 공감했던 영화다. 여선생님이 워낙 드물기도 해서 지금 노년·중년들은 어쩌다 담임으로 모셨던 여선생님 성함을 잊지 못한다.
▶탤런트 오지호가 고향을 찾는 TV 프로그램에 나와 초등학교 여선생님과 영상 대화를 나눴다. 선생님은 "이 썩을 놈아, 나를 첫사랑이라고 소개했냐"며 반가움을 뒤집어 표현했다. 서정주는 '첫사랑의 시'에서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라고 했다.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라고 노래했다. 여선생님은 엄마처럼 누나처럼 포근한 추억이다.
▶작년 통계에서 초등학교 여교사는 13만2000여명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75%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남자 교사가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일곱 군데였다. 여교사 비율은 중학교 65.7%, 고등학교 44.3%였고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결혼정보회사가 최고로 치는 배우자감이 신랑은 판사, 신부는 교사다. 취업 기회가 적었던 여성이 교직에 몰리다 보니 교단에 여초(女超) 현상이 일어났다.
▶가뜩이나 선생님 권위가 흔들리는 교실에서 여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학생이 많아 걱정이 커가고 있다. 어느 고교 교장이 유난히 떠드는 학급의 담임 여교사에게 주의를 줬더니 "대드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놔둔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남학생이 여교사 어깨에 손을 얹으며 "누나 사귀자"고 희롱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지난해 남학생이 여교사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고 침을 뱉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만 여덟 건이다.
▶새내기 교사들은 영국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1967년) 같은 스승과 제자 사이 인간애(人間愛)를 꿈꾼다. 요즘 버릇없이 자란 아이들 앞에서 그 꿈은 물거품이 된다. 학교마다 '남자 교사 할당제'를 하자는 말도 나온다. 남자 교사도 벌을 줬다간 봉변을 당하는 판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젠 교사를 우습게 아는 학생이 말썽을 일으키면 부모를 불러 책임을 묻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