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회의에도 왔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반정부 게릴라 투쟁과 투옥을 거듭한 사회주의자였다. 의원 시절엔 줄곧 강렬하면서 서민적인 옷차림을 하면서 '철의 여인'으로 불렸다. 그러던 작년 가을 노동자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로는 안경도 벗고 화장도 하고 액세서리를 달았다. 윗옷은 빨강이나 베이지색 재킷으로 '부드럽게' 갈아입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어깨선을 잔뜩 세운 상자모양 재킷과 검정 바지를 고집했다. 외교가는 '총리의 유니폼'이라고 쑥덕거렸다. 2008년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개관식에 그녀가 가슴이 깊게 파인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언론에서 야단이 났다. 사진엔 '드디어 총리가 가슴선을 보여 줬다'는 제목이 붙었다. 이튿날 대변인은 "드레스 코드에 따랐을 뿐"이라 했다. 담당 디자이너는 "낮엔 파워 수트(Power Suit·힘 있어 보이는 정장), 밤엔 공주님 스타일이란 뜻"이라고 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브로치 패션으로 외교를 했다. 유엔대사 시절 사담 후세인이 "뱀 같다"고 비웃자 보란 듯 뱀 모양 금 브로치를 하고 유엔에 나가 조롱에 맞섰다. 국무장관이 돼 평양에 갔을 땐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와 독수리' 브로치를 꽂고 김정일과 잔을 부딪쳤다. 퓰리처상을 받은 패션기자 로빈 기번은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이 "정치적 성명 발표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의 검정 코트와 롱부츠 차림을 "가장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정치인들은 옷은 물론 선글라스·목걸이·브로치·립스틱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다. 명품점에서 10만달러짜리를 사입었다간 세라 페일린 전 미 부통령 후보처럼 비난의 화살을 맞지만 갭이나 바나나리퍼블릭 같은 20달러 중저가 옷으로 너무 티를 내도 '정치 쇼'가 된다. 알 굵은 진주 목걸이와 블랙 수트를 잘 배합하는 힐러리는 상당한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옷과 구두를 바꾸고 있다 한다. 박 전 대표는 여의도 등원 때 주로 입는 바지 정장을 '전투 복장'이라고 했었다. 이번엔 화려한 치마와 재킷은 물론 평소 안 하던 브로치까지 했다. 방문 상대국과 상대방을 배려한 몸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적으로 옳게 옷 입기'로 박 전 대표는 또 다른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글 > 감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자리 (0) | 2011.05.11 |
---|---|
연등(燃燈) (0) | 2011.05.09 |
어린이의행복 (0) | 2011.05.06 |
거망관리(遽忘觀理) (0) | 2011.05.06 |
박완서 13억 기부 (0) | 201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