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건 아버지가 평생 모아 놓은 금은보화일거야.'
아들들은 그때부터 번갈아가며 아버지를 모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노인은 죽었고,
아들들은 드디어 그 궤짝을 열어 보았다.
그러나 깨진 유리 조각만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 아들은 화를 내었다.
"당했군!"
그리고 궤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생을 향해 소리 쳤다.
"왜? 궤짝이 탐나냐? 그럼, 네가 가져라!"
둘째 아들은 형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적막한 시간이 흘렀다. 1분, 2분, 3분.
아들의 눈에 맺힌 이슬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막내아들은 그 궤짝을 집으로 옮겨왔다.
"자식이 효도하려 해도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옛 글을 생각하며, 아버지가 남긴 유품 하나만이라도 간직하는 것이
그나마 마지막 효도라 생각한 것이다.
아내는 구질구질한 물건을 왜 집에 들이느냐며 짜증을 냈다.
그는 아내와 타협을 했다. 유리 조각은 버리고 궤짝만 갖고 있기로…
궤짝을 비우고 나니,
밑바닥에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막내아들은 그것을 읽다가 꺼억 꺼억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을 넘긴 사나이의 통곡 소리에
그의 아내가 달려왔다. 아들과 딸도 달려왔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
나는 기뻐서 울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나는 좋아서 웃었다.
그 때부터 삼십여 년 동안,
수천 번 아니 아마도 수만 번
그들은 나를 가슴조이며 울게 하였고,
그들은 또 가슴벅차게 나를 웃게 하였다.
그러나 이제 나는 늙었다.
그리고 그들은 달라졌다.
나를 기뻐서 울게 하지도 않고,
좋아서 웃게 하지도 않는다.
내게 남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