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경제

신(新)조폭시대

酒樂人 2011. 10. 26. 10:19

작년 9월 부동산투자회사 '다산리츠'가 코스피에 상장됐다. 이 회사 창업자는 자본금을 마련하려고 '익산 역전파' 조직원을 영입했다. 이 조폭은 단기 사채 234억원을 끌어오고 다른 조폭한테서도 14억원을 빌려왔다. 그는 회사가 차질없이 상장된 뒤 돌변했다. 회사가 부동산에 투자한 110억원 중 56억원을 차용금 형태로 돌려받아 호화 아파트와 2억원짜리 명품시계를 샀다.

▶사채를 빌려준 조폭들도 원금보다 많게는 6배나 되는 이자를 요구했다. 결국 이 회사는 9개월 만인 지난 6월 상장 폐지됐다. 요즘 조폭은 몽둥이를 들고 패싸움을 하는 대신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들고 돈벌이를 찾는다. 인터넷 메신저로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인터넷 언론사에 거짓 보도자료를 돌려 주가를 조작한다. 한 조폭은 이런 수법으로 수억원 시세 차익을 챙겼다가 지난 2월 구속됐다.

▶단순한 주먹들의 조직이던 조폭이 질적으로 변화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속리산 관광호텔 카지노가 개장하면서라고 한다. 이 카지노에 지분 참여했다가 돈맛을 본 조폭들은 체계적·기업적 조직으로 바뀌었다. 80년대엔 유흥업소·나이트클럽·안마시술소로 손을 뻗치면서 '마피아형'으로 발전했다. 조폭들은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자 합법을 위장한 돈벌이로 눈을 돌렸다. 오락실·경마·재건축·사채·벤처기업까지 가리지 않았다.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해 회사 자금 빼돌리기와 주가 조작도 일삼았다.

▶지난 21일 심야에 인천의 어느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크라운파' 조직원 100여명과 '신간석파' 조직원 30여명이 난투극을 벌였다. 현장에 출동한 70여명의 경찰 가운데 2명은 권총까지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도 난투극을 막으려 나서지 않았다. 한심한 경찰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뒤늦게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인천지역 조폭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대규모 지역개발 바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구도심 재개발사업이 한창이어서 이권 다툼이 치열하다. 전국에서 경찰이 관리하는 조폭은 220개 조직, 5451명에 이른다. 그러나 활동 지역과 사람을 중심으로 조폭을 분류해 관리하는 낡은 방식으로는 조폭의 진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경찰이 조폭을 잡으려면 돈의 흐름부터 좇아야 하는 세상이다.